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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과 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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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철학에서 말하는 삶은 생물전체 혹은 우주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전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개별적인 삶을 통하여 이 전체적인 것이 실현되므로 각 개별적인 삶은 전체의 부분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며, 전체도 부분을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삶은 역사적이며 상대적이다. 이에 대하여 실존철학의 실존은 어디까지나 개별적이요 현실적인 동시에 결코 상대화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엇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합리적인 인식으로서는 물론이고 생 철학의 유일한 방법인 체험이나 직관 같은 것에 의해서도 완전히 파악될 수 없다. 오히려 실존은 이 모든 것에 이미 선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실존철학은 생 철학의 비합리적인 경향을 보다 철저하게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볼노브 교수는 "실존철학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서 니체와 딜타이로 말미암아 구체화된 본래적인 삶의 철학이 철저화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삶의 철학은 모든 초월적인 원리들을 배제하고 인간의 삶을 순수하게 삶 그 자체로부터 이해하려는 것이었다. 삶의 철학은 모든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관념체계에 반대했으며 사변적인 형이상학을 반대했다. 그리고 언제나 인간이 삶을 철학의 최종적인 기반으로 삼고 삶의 표현으로서의 모든 문화가 언제나 이 기반에 근거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최종적인 기반으로서의 인간의 삶에서 분리된 어떤 정신 세계도 예술도 학문도 삶의 철학은 거부한다. 그러므로 삶의 철학의 사유는 주체에서 분리된 객관적인 사유가 아니고 주체로 말미암아 철저히 구속된 주체적인 사유이다. 이와 같은 특색들은 삶의 철학과 실존철학이 공동으로 갖는 특색이다. 그러나 삶의 철학의 기본개념인 삶은 너무 막연하고 상대주의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철학의 확실한 기반이 될 수 없다. 사실 삶이라는 개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다. "삶이라는 개념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쉴 사이 없이 변하고 그와 함께 인간의 모든 세계관과 가치관이 따라서 변한다. 여기는 어디에도 붙들 수 있는 확고한 것이 없다"라고 볼노브 교수는 말한다.

 

실존철학은 삶의 철학이 이와 같이 철학에 있어서 모든 절대적인 것을 지양해 버리는데 대해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므로 실존철학은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하고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상대주의적인 경향에 대항하여 하나의 확고하고 절대적인 것을 붙들려고 했다. 실존철학의 실존은 인간의 자기존재에 대한 하나의 특수한 절대적인 체험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모든 것이 동요하고 불안한 정조 속에서 더욱 절실히 느껴지는 인간존재에 대한 체험, 이러한 절대적인 체험을 표현하는 개념이 실존이다. 실존이라는 개념은 실존철학 이전에도 철학사상 늘 본질이라는 개념과 대립되어서 사용되어 왔다. 본질은 사물의 내용적인 규정 중에 가장 중요한 규정을 말한다. 가령 인간을 그 내용에 있어서 관찰하면 여러 가지 규정들이 나타난다. 언어, 도구사용, 미완성의 동물, 이성 등이 그것이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성이라고 하면 이성은 인간의 본질이다. 그러나 실존은 그와는 달리 사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곧 실존은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다만 사실로서의 현존이 문제이다. 달리 말하면 존재자의 현실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본질과 대립되어 사용되던 실존이라는 개념은 실존철학에 있어서는 특수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실존철학의 실존은 언제나 다만 인간현존을 말하는 것이다. 일정한 이해 혹은 일정한 결정적이고 절대적인 체험 아래서의 인간존재의 현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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