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는 불안과 허무에 허덕이는 현대인을 위한 사상이며 동시에 유럽 역사를 오랫동안 이어온 합리주의 전통에 대한 비판적 사상이기도 하다. 이 사상은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9월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인가? 라는 강연을 한 이후에 유럽 전역에 갑자기 유행하게 되었다. 이 보다 앞서 하이네만(F. Heinemann)은 <<철학의 새로운 길>>(1929)에서 그보다 2년 앞서나온 하이덱거의 <<존재와 시간>>에 담긴 사상을 실존철학으로 분류하였다. 실존철학이라는 말이 현대철학의 술어로 처음 사용된 것은 바로 하이네만의 이 저술이다. 실존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넓게 인간의 존재성격을 실존이라 규정하고 이 실존을 자기 사상의 중심에 놓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모두 말한다.

 

하이네만이 하이덱거의 철학을 실존철학이라고 부를 때 그는 실존을 정신과 생의 종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헤겔이 죽은(1831) 후의 약 100년간 철학은 정신(Geist)에서부터 생(Leben)으로 다시 생에서 실존으로 변천했다. 여기서 정신이란 헤겔학파의 몰락 후의 실증주의, 신칸트학파, 신헤겔학파 등에 공통적인 광의의 지성을 말하며, 생이란 니체나 베르그송이 추구한 생을 말한다. 즉 인간의 지성 또는 합리성의 면이 강조된 것이 정신이고 정의 내지 욕구의 면이 강조된 것이 생인데 실존은 이 정신과 생의 종합이라는 것이다.

 

실존은 Existence, Existenz의 번역이요. 이 말은 중세의 existentia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 중세 때 본질(essentia)에 대립하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이 때 본질이란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을 말한다. 본질은 있었다 없었다하는 것도 아니요 또 언제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떤 때는 이렇게 있고 어떤 때는 저렇게 있고 하는 그런 곳도 아니다. 그것은 영원불변한 실재이다. 이에 대해 실존은 어떻게 있는가에 대답하는 것이다. 이 때의 존재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 것, 또 이렇게도 있고 저렇게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이 존재는 영원불변한 실재로서의 본질이 아니라 현실적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개개의 현실존재를 말한다. existentia는 원래 ex-sisto(밖에-서다)를 명사화한 것으로 밖에 나와 있는 것, 밖으로 나타나 있는 구체적 현실적인 존재를 말한다.

 

현실 존재라 할지라도 사물에 대해서는 거기에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일 뿐이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단순한 존재나 생존인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자기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그 존재의 장식을 스스로 선택해 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현실존재이다. 즉 인간의 현실존재에는 개별성과 주체성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본질이란 이 개별성과 주체성을 제거하고 인간을 일반화하는데서 성립한다. 그러나 인간의 현실존재는 이 본질 밖으로 나와서(ex-sisto) 각자 독자적인 방식으로 자기를 형성해 간다. 인간 존재는 개념에 의해서 규정되기에 앞서 먼저 실존하고 다음에 스스로 생각하고 행위하고 함으로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 이런 인간에 대해서는 본질은 본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정해 가는 것이다. 즉 현실적인 존재가 있고 그 다음에 그 본질이 정해지는 것이다.

 

본질과 현상

한 사물이나 과정에 필연적으로 귀속되어야 할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규정들의 총체. 본질은 사물이나 과정들이 현상과 대립적인 통일을 이루며 현상과는 반대로 감각에 의해 직접 인식될 수 없다. 철학자들은 무한히 다양한 현상들의 근저에 어떤 물질적인 원질이 있다고 보았다. 가령 피타고라스는 수는 모든 사물의 본질이라고 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운동, 변화, 생성은 모든 사물의 본질이라고 보았다.